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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라 화가와의 만남을 기사로 옮기려는데 공교롭게도 밖에 비가 내린다.
어둠이 눕는 연회색 하늘과 하나 둘 늘어가는 도심의 불빛들이 모여든 빗방울은 그 무게를 연신 떨구며 유리창에 또다른 줄기를 맺는다.창을 통해 보는 비는 주변의 색을 빨아들여 매력적이라는 화가의 말을 떠 올린다.
빗방울이 알알이 맺힌 창 너머로 갑작스런 비에 발이 묶인 사람들은 비가 그치길 기다리며 멍하니 서 있거나 간혹 머리에 작은 가방을 얹고 제각기 흩어져 간다. 차도에 일렬로 늘어선 차들 사이로 빗길만이 분주하다.
바쁜 일상을 끊어놓은 도심 속의 비는 유난히도 화가의 캔버스에 내리는 비를 닮아있다.
그녀가 최초로 그린 비는 집 앞에 쏟아지던 “소낙비“였다．갑작스런 소낙비로 집을 몇 발자국 두고꼼짝없이 남의 집 처마 밑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 시간 화가의 발을 묶어 둔 비와 인연이 되어 그 때부터 박혜라의 그림은 온통 ‘비’로 가득차기 시작했다．그녀가 처음부터 ‘비’만 그렸던 것은 아니므로 그녀의 작업실엔 비 그림과 함께 누드 그림 몇 점도 걸려있다．그녀는 작업실에 그림을 배우러 오는 학생과 주부들에게 그림을 가르쳐 주고 있다．늘 학생들에게 붓을 말리지 말라고 하는 그녀는 살면서 작업에 소홀한 적이없다．자려고 자리에 누웠다가도 자신이 그리다 온 작품을 검토하기 위해 수시로 다시 작업실에 내려가곤 했다．그런 그녀의 작업에 대한 욕심을 알기에 비가 오면 남편은 차를 두고 간다．화가로서 살아가는 그녀에게 가족의 배려는 늘 힘이된다．살아가면서 계속 비를 그릴 생각이라는 그녀에게 언제가 가장 행복하냐는 질문은 따로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우산 하나로 비를 가리고 사라져가는 나약한 우리들의 모습과 그 나약함의 상징같은 자동차는 항상 그녀의 캔버스를 차지하고 있다．문명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비오는 날의 풍경은 옷이 젖어 불편한날 정도로 여겨질지 모르지만 그녀의 그림속에 든 우리들의 모습은 캔버스에 내리는 빗방울의 굵기나 모양에 따라 쓸쓸하기도 아련하기도하고 때론 기쁘거나 슬퍼보이기도 한다．어느 날，문득 박혜라의 그림을 통해 그 투명한 유리창 너머의 비와 세상을 바라봤을 때 새삼 그 안에 숨어있던 우리의 진실한 모습을 맞딱드리는 것처럼 ‘비’를 통한 그녀의 이야기는 진실하다．
아트 앤 디자인 / 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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