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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비는 휴식이다.
차분한 빗소리는 왁자지껄한 거리의 소음을 일순간에
삼켜 버리고 바쁘게 재촉하던 사람들의 발걸음도 창가에 머물게 한다. 뙤약볕에 지쳐가던 풀과 나무 역시 갈증을 해소하며
피곤함을 푼다.
서양화가 박혜라의 그림에는 늘 비가 내린다.그리고 우산을 쓰고 가는 사람이 있으며 불빛을 반짝이며
지나가는 자동차가 있다. 바로 이 세가지는 박혜라씨 그림에서 빠지지 않는 요소들 이다.
"편리함이라는 미명 아래
인간은 끊임없이 자연을 파괴하여 문명을 만들려고 하죠. 그러나 비는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문명이 발달 돤다하더라도 인간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위대한 자연의 일부랍니다. 이 자연 속의 인간은 그저 작은 천조각에 불과한 우산에 지탱하는 나약한
존재일 뿐이예요.'비'가 자연을 대표하는 것이라면 '자동차'는 문명을 상징하는 것이고 제 그림은 이러한 자연과 인간과
문명이 만들어 가는 바로 우리들의 세상사(史)라고 말 할 수 있어요"
비는 세상의 더러움을 말끔히 씻어 낸다.
그렇기에 그녀의 작품이 우울하거나 쓸쓸한 이미지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비를 통해 온 세상은 깨끗하게 정화되어 새로
태어나기 때문이다.
박혜라씨의 그림에 빠지지 않는 것이 또 있다. 그것은 바로 길과 불 빛이다. 비록 대자연 아래
우산을 받쳐 쓴 힘없는 인간에 불과하지만 그들에게는 가야 할 길이 있다. 그리고 빛이 있다. 길과 빛은 희망을 뜻한다.
그녀는 비오는 도심의 거리에서 희망을 찾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오늘도 그녀의 손 끝에서 인간 세상이 밝게 채색되고
있다.
그녀의 그림을 보는 우리들 마음과 함께.
위(We) / 삼성생명
강성현기자 | 
